독후감 및 수행과제

'백범 김구'를 읽고
2015-11-30 14:43:52 고지연 0 조회 5713

'백범 김구'를 읽고

고 지연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김구’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위인전은 내 독서 취향이 아니라서 어지간히 정이 가는 위인이 아니고서는 들여다보지 않았고, 교과서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김구’라는 인물, 딱 그 정도가 내가 김구 선생님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김구’에 대한 부족한 개념은 내 나름대로의 상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백범 선생님이 늘 상 웃는 얼굴에 일본인마저도 포용하는 부처님 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백범이 스스로의 일생과 생활에 대해 써 놓은 글에는 항상 일본에 대한 그의 분노가 묻어났다.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의협심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때로는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나조차도 무서울 만큼 일본과 일본인에게 잔혹했다. 특히 내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김구 선생님이 사로잡은 일본인을 칼로 난도질하는 이야기였다.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해서 그런지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이었는데, 과장으로 쓰여 있었을지라도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의 정의를 실천한 것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받은 대로 되갚아주자는 심보 같았다. 폭력 보다는 ‘너희들은 폭력으로써 우리를 짓밟았지만 우리는 그런 너희에게도 관용을 베풀 것이다, 이 어리석고 불쌍한 것들아.’ 라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 더 큰 복수가 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지나치게 무른 것일까?

백범일지에 드러난 실제 김구 선생님에게는 분노 말고도 많은 감정이 있었다. 사랑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실수에 대한 후회도 있었으며, 바르지 못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국과 동료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구 선생님 내가 상상으로 만들어 냈던 것처럼 감정마저도 뛰어넘는 강인한 영웅이나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에 있는 위대한 위인이 아니라 나처럼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나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 나라를 위해 그렇게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럼 나도 저렇게 큰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똑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백범 선생님과 나는 많이 다르다. 나는 그분만큼 용감하지도 못하고, 정의롭지도 못하다. 하지만 나는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한 명을 사람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의 행동에 감동을 받고, 본받을 만한 점도 많지만, 그 만큼 그의 행동에 대한 불만과 의문 또한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왜 조국을 생각하는 만큼 가족을 더 생각해주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이 굉장히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안다. 어쩌면 그는 가족을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이 다치는 것이 두려워서 가족을 멀리 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나라에게 헌신하는 동안 남겨진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구의 늙은 부모님은 물론이고 아내와 어린 자식들까지 기다림에 지치고, 가난에 지치고, 사람들에게 지쳐갔다. 그렇게 함께 지내며 책임져주지 못할 것이었다면, 지켜주지 못할 것이 두려워 멀리 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그냥 이루지 말았어야했던 가정이 아닐까? 내 주위에 백범 선생님과 비슷한 분이 계셨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짧게나마 소식을 남겨주었다면, 기다리는 대에 대한 지침만이라도 덜어주었더라면 내가 이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두 번째는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에 대한 것이다. 김구 선생님은 나라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들이 할 일을 얻기 위해 김구 선생님을 찾아온 이봉창의사와 윤봉길 의사에게 감동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을 각오한 의거를 맡긴 것은 조금 의문으로 남는다. 두 의사들이 맡은 의거는 분명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음을 감수할 만큼의 위험이 뒤따르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믿음이 가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하지만 왜 그토록 굳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더 곁에 두지 않고 잃어버렸을까? 그들이 살아남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들의 희생으로 세계가 조선에 집중하게 되었지만, 그로인해 조선 독립군은 더 탄압을 받게 되었다. 일본에게 조선의 분노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 더 천천히 조선의 무서움을 보여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은 왜 김구 선생님은 직접 이러한 의거에 참여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가 살아남아 해야 할 큰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는 이미 눈에 너무 띄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실 김구 선생님은 두려워했던 것일까? 그래서 두 의사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남들이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어딜 감히 그런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철없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고, 그에 대해 몰랐던 것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내 멋대로 상상한 결과물인 오해들도 풀렸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나에게 의문으로 남는다. 그는 그의 자서전에 자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자신의 결함까지도 모두 나와 있는 그의 자서전은 그 자체를 대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언가를 숨겨두고 아직 밝히지 않은 속마음이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평범한 사람 ‘김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글 1개
이보영       2022-09-06 20:59
김구 선생님께서는두려웠던 것이 아니다.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두려웠다면 자신의 허벅다리의 살점을 떼어서 아버지에게 보양식으로 끓여드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많은 고문에도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을 비난하려는 것은아니다. 단지 그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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